그대에게 주는 일기예보 - 이경교

내일을여는신문 | 입력 : 2019/06/05 [01:23]

      그대에게 주는 일기예보 - <이경교>              
 
아침부터 나는 북서풍과 남동풍이 교차로 불고

비가 옵니다 그대의 날씨는 어떻습니까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먼 바다를 떠올려 보십시오

젖어 있는 곳으로 길을 내는 빗줄기가 느껴집니까?

나의 사색은 언제나 축축합니다만, 그대 부디 젖지 마시길

나는 일시에 소리치는 흙탕물입니다

앙금만 무겁게 남겨지는 개여울입니다

그대의 어느 이른 아침은 비 그치고

바다를 향해 등이 굽은 햇빛만 남겨지겠지요

나의 물줄기 한 쪽으로 휩니다

마음의 오솔길 유실되도록 그대에게 이어진 그 길

희미해지도록, 도랑을 칩니다

 

짧은 햇빛, 병자의 눈빛 선연한 잎사귀를 봅니다

나는 이파리 밑에 숨은 어두운 배후일까요 햇살과

비껴서 있는 그늘진 속잎일까요 그대가 생각지도

못할 곳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저 거룻배!

파도에 쌓여 얼굴이 없는 그의 실내,

비가 비껴 갈 때까지 침몰을 준비하는

어두운 선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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