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주는 일기예보 - <이경교> 비가 옵니다 그대의 날씨는 어떻습니까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먼 바다를 떠올려 보십시오 젖어 있는 곳으로 길을 내는 빗줄기가 느껴집니까? 나의 사색은 언제나 축축합니다만, 그대 부디 젖지 마시길 나는 일시에 소리치는 흙탕물입니다 앙금만 무겁게 남겨지는 개여울입니다 그대의 어느 이른 아침은 비 그치고 바다를 향해 등이 굽은 햇빛만 남겨지겠지요 나의 물줄기 한 쪽으로 휩니다 마음의 오솔길 유실되도록 그대에게 이어진 그 길 희미해지도록, 도랑을 칩니다
짧은 햇빛, 병자의 눈빛 선연한 잎사귀를 봅니다 나는 이파리 밑에 숨은 어두운 배후일까요 햇살과 비껴서 있는 그늘진 속잎일까요 그대가 생각지도 못할 곳에서 위태롭게 흔들리는 저 거룻배! 파도에 쌓여 얼굴이 없는 그의 실내, 비가 비껴 갈 때까지 침몰을 준비하는 어두운 선실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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