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저녁> - 마종기
천 년을 산 나비 한 마리가 내 손에 지친 몸을 앉힌다 천 년 전 앙코르와트에서 내 손이 바로 꽃이었다는 것을 나비는 어떻게 알아보았을까
그해에 내가 말없이 그대를 떠났듯 내 몸 안에 사는 방랑자 하나 손 놓고 깊은 노을 속으로 다시 떠난다 뜨겁고 무성하고 가난한 나라에서 뒤뜰로만 돌아다니는 노란 나비
흙으로 삭아가는 저 큰 돌까지 늙어 그늘진 내 과거였다니! 이제 무엇을 또 어쩌자고 노을은 날개를 접으면서 자꾸 내 잠을 깨우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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