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집 - 기형도

조여일 | 입력 : 2024/03/07 [22:33]

 

▲ 사진 조여일  © 내일을여는신문


<빈 집>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3월 7일... 기형도 시인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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