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과 SNS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우리는 일상에서 누군가의 성공담을 너무나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세대에 접어들었다. 어디를 보아도 온통 성공, 성공뿐이다. 그러나 만연해진 성공보다도 더 흔해진 것은 자포자기다. 사람들은 도통 무언가를 쉽사리 해 보려 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들과 자신은 아예 다른 부류라고 섣불리 못박아놓는다.
이는 SNS 속에서 목격되는 성공의 장면에 가장 중요한 것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리라고, 감히 짐작해 본다. 그것은 바로 과정이다. 성공은 오롯이 결과다. 그들이 그 자리까지 도달하기 위해 들였을 노력과 끈기의 과정은 꼭꼭 숨어 보이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보려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편이 더 옳을 것같다.
부끄럽게도 나 또한 그러하였다. 피드를 넘기는 찰나, 그들의 노력에 대해 고민하는 것보다는, ‘저들은 원래 성공할 사람이라서’, ‘내겐 저런 재능이 없어서’라 치부하며 게으른 현실에 안주하였다. 그러다 이 글을 우연히 마주했을 때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철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무언가 도전하기 두려울 때 한결같이 둘러대 왔던 나의 얄팍한 핑계를 날카롭게 꼬집혀서였다. 나의 문제는 재능이 아니라, 뜻을 세울 마음도 없으면서 실패부터 걱정해 지레 겁먹는 나약한 성정이었던 것이다.
『학봉집(鶴峯集)』에는 이러한 구절도 있다. ‘재주가 없더라도 군자가 되기에는 방해되지 않으며, 재주가 있더라도 소인으로 귀결됨을 면치못하니, 이는 단지 학문을 함에 있어서 뜻을 세우는 것이 어떠하냐에 달려 있을 뿐이다(無才而不妨爲君子 有才而不免爲小人之歸 只在爲學立志之如何耳).’ 어떠한 일에 있어 성공할 사람과 실패할 사람을 나누는 것은 선천적인 재능도, 조건도 아닌 오직 부단한 노력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못 본 체하고 그 성과만을 단지 재능의 영역으로 치부하며 시기했으니, 내게 성공이란 것이 찾아올 리가 없었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살다 보면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주저앉을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꺾이지 않고 버티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나는 꺾이더라도 일단 계속해 보려고 한다. 포기하면 거기서 끝이지만, 잠시 쉬었다가 한 발자국 다시 내딛으면 그것은 발전이므로.
고질병 같은 습관을 떼어내려, 올가을에는 크게 용기를 내어 미루어 뒀던 공부를 다시 시작해 볼 작정이다. SNS를 무심하게 넘기기보다는 좋은 글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나가려고 한다. 그렇게 나 스스로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한 길을 닦아나간다면, 그 길의 끝에서야말로 비로소 다른 사람의 성공에도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