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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에도 유사시처럼! - 김종민
출처 - 한국고전번역원
내일을여는신문 | 입력 : 2026/09/0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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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없을 때에도 언제나 일이 있을 때처럼 생각한다면, 실제로 일을 당했을 때 저절로 힘을 얻어, 허둥대는 지경에 빠져 들지 않을 것이다.
無事時, 常常理會如有事時, 則及到有事時, 自爾得力, 便不走入擾攘境界.
무사시, 상상이회여유사시, 즉급도유사시, 자이득력, 변불주입요양경계.
정조(正祖, 1752~1800), 『홍재전서(弘齋全書)』175, 「일득록(日得錄) 15·훈어(訓語)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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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의 제22대 왕이었던 정조가 1787년 어느 날, ‘경(卿)들에게는 큰 병통이 있다. 일이 있을 때에는 허둥대다가 일이 없으면 느긋해진다.……’라며 신하들에게 훈계하였다. 세상만사가 어떻게 흘러갈지 어느 누구도 모르는 법이다. 일이 없을 때 너무 여유를 부리지 말고 일이 있을 때처럼 그 일에 마음을 쏟으면, 정말로 일이 일어났을 때 당황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가할 때 유사시에 대비하여 마음의 준비를 해 두면, 실제 상황에서 그때 길러둔 대처 능력을 적절히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적으로 재난대비훈련을 하는 취지도 정조의 이 생각과 거의 비슷하다고 하겠다. 과거에는 형식적으로 안내자료 유인물을 나누어 주거나 시청각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이러한 방식과 달리 최근에는 학교나 회사, 기관 등에서 재난체험교육을 실시하는데 이를 경험한 사람들이 실생활에서 재난을 맞닥뜨렸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능력이 현저히 증대되었다고 한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을 실천한 바람직한 예이다.
이규보(李奎報)는 자기 집을 수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은 그의 「이옥설(理屋說)」에서 “백성에게 심한 해(害)가 될 것을 머뭇거리고 개혁하지 않다가, 백성이 못살게 되고 나라가 위태하게 된 뒤에 갑자기 변경하려 하면, 붙잡아 일으키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문제가 커지고 나서 수습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지만, 문제가 커지기 전에 조치하면 비용이 적게 들고,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대비한다면 비용 최소화는 물론 심신의 안녕을 얻을 수 있다. 그러하니 정조대왕의 말씀대로, 일이 없을 때일지라도 일이 일어난 상황을 가정하고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일을 해결할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안전불감증에 빠지기 쉬운 현대인의 필수 수칙으로 삼을 만하지 않은가 한다.
다시 ‘유비무환’을 생각해 본다. ‘대비’는 언제 해야 하는 것인가? 『춘추좌씨전』에 “‘편안함에 처했을 때 위태로움을 생각하라!’고 하였다. 생각하면 대비함이 있게 될 것이니, 대비함이 있으면 근심거리가 없게 된다.〔居安思危, 思則有備, 有備無患.〕”라고 하는 말이 보인다. 일 없이 편안할 적에 예고 없이 찾아올 위기를 대비하라고 고금에 누누이 강조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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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김종민 퇴계학연구원 정본퇴계전서 국역사업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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